2011년 3월 29일 화요일

우크라이나의 신비. 즐비한 고급승용차들.

키예프에 잠깐 동안이라도 있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 나라는 한국에 비해 일인당 GDP가 3배나 적고, 혹은 6000달러 밖에 안되는데 어찌 이렇게 고급 차들이 많냐고. 정말이다. 키예프 시내 도로에서는 정말 10초에 하나씩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렉서스, 인피니티가 굴러다니고 시내 자주 다니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번은 마이바흐나 마세라티, 벤틀리도 본다. 그러니 여기 사는 외국인들이 정말 신기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나도 그런 의문을 가지고 나름대로 이런 현상에 대해 연구와 명상을 해본 결과 몇 가지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1)엄청난 빈부격차

이 나라는 소수의 인구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소득불균형이 큰 나라다.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라고 쓰고 가난하다라고 읽는다)라는 구호아래 건설된 사회주의가 무너진 지 10년도 안되서 국가의 대부분의 부는 일부 소수 사업가들의 손에 넘어갔고, 정치와 경제의 끈끈한 형제애 덕분에 부의 집중화는 더욱 심각해 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돈이 넘치는 사람들이 돈 두었다가 뭐하겠는가 그냥 고급차들 지르는거다. 그러면서 자기 부인도 사주고 애들도 사주고 애인도 사주고 2번째 애인도 사주고 3번째 애인도 사주고 사돈도 사주고 사돈의 팔촌까지 사주고 나면 키예프에서 1시간에 한번 고급차들을 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2)엄청난 지하경제규모

내가 여기서 말하는 지하경제규모라는 게 꼭 불건전한 돈 뿐만 아니라 소득세에 신고가 안된 수입도 포함시긴 단어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GDP니 GNP니 하는 통계들의 중심적인 역활을 하는 것이 세금과 지출이다. 세금이 얼마나 걷혔느냐, 소비가 얼만큼 되었느냐에 따라 이 나라는 소득이 얼마가 된다 라고 어림잡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집계된 통계에서 물론 이곳의 일인당 GDP는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소규모 농사꾼들이 많아서 이다. 우크라이나는 농업국가이다. 하지만 아직 기업화 된 농부들은 많이 없고 개인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소득은 세금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즉 일인당GDP를 갉아먹는 형국이 된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부정으로 신고하는 소득때문이다. 정식으로 소득세를 안내고 법정최소임금(현재 월 약900그리브나 즉 120달러 정도임.)으로 등록을 하고 세금납부하고 월급은 그냥 봉투에다 현찰로 주게 된다면(실제로 이 나라 중소기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고용주도 좋고 노동자도 좋은 윈-윈 월급지불방법이 탄생한다. 정부쪽에서도 이것을 알고 자주 캠페인을 벌이지만 효력은 없는듯 하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뭐하겠는가 그냥 고급차 지르는거다. 사돈의 팔촌까지는 못사주겠지만 애들이랑 자식정도는 해 주지 않겠는가? 그럼 이제 키예프에서 50분에 한번은 고급차들을 보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3)엄청난 부동산 광풍

  키예프에서 고급 명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략 2000년 쯤에 닭장같은 소련식 아파트 방 2개 거실1 짜리 한채 사는데 한 50,000 ~ 60,000달러 정도 한다고 했었다. 근데 부동한 광풍이 한창이던 2007년, 08년에는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가 150,000~170,000달러까지 올랐으니 할말 다 한거 아닌가? (요즘에는 한 100,000에서 120,000달러 정도 한단다) 이런 부동산 거품에서 아파트 소유자들과 건축업자들은 그냥 돈방석에 앉게 된거다. 이렇게 번 돈으로 뭐하겠는가? 그냥 고급차 지르는거다. 아파트 한채당 고급차 한대씩 샀다고 하면 키예프에서 1분당 한번은 고급차들을 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4)엄청난 대출규모

  위 부동산 거품과 비슷한 이야기인데 거품이 생기면서 부터 외국의 싼 자본이 엄청 나게 들어왔다. 아니,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거품이 생긴게 맞겠구나. 특히나 유럽쪽 자본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 나라는 그리브나 대출이자가 월 20%에 육박한다.  그때 당시 유로의 대출 이자는 많아봐야 3%대. 그러니까 그냥 미친듯이 외국에서 돈 빌려와서 미친듯이 외국차 지르는거다. 그러고 보니 독일 놈들이 못된 놈들이네. 지네돈 빌려주면서 지네 차 사게하고. 즉 이자는 이자대로 받고 차값은 차값대로 받고… 즉 이래서 키예프에서 30초당 한번은 고급차를 보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5)엄청난 사람들의 인식

  이나라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다. 지금 있는 돈, 번 돈 그냥 오늘을 위해 쓰는거다. 미래를 위한 저축? 그런 건 없다. 오늘 번 돈으로 내일 놀고 돈 다 떨어지면 또 일하면 된다. 일이 없다고? 그럼 시골마을에 있는 자기 다차(여름별장)에서 감자나 캐 먹으면서 살면 된다. 그리고 선량하게 꼬박꼬박 세금을 낸 사람들 덕분에 앞으로 은퇴하면 정부에서 적게나 마나 연금을 주는데 저축을 따로 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의 인식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낸 가장 중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만약 이나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미래를 생각했었다면 외국투자자본이 밀려올때 바로바로 외국차를 사지 않고 자기네 나라 자동차 공장에 투자를 해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즐기는 이런 풍조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멋지게 보이는 외국차들을 사게 하는 것이다. 왜냐면 난 지금이 급하니까. 지금 당장 멋있어 보여야 하니까. 그냥 소련시대 억눌린 소비욕구가 이 짧은 기간에 폭발한 것이라고 좋게 생각해 두자. 즉 이래서 10초에 한번은 고급승용차를 보게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내가 여기서 열거한 이유들이 나도 정확하게 맞는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충분히 가능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것 외에 수많은 이유들이 있을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키예프의 도로는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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